지역정보
내용
요즘 작은 즐거움이 새로 생겼다. 미술품 감상이다.
기사(記事)를 써서 알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일이 아니더라도 미술품을 마주하는 횟수가 늘었다.
첫 느낌은 편안함이다. 한정된 공간이나 평면을 채우고 있는 작품들은 주어진 크기에 충실할 뿐 결코 넘쳐나거나, 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살이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이나 탐욕이 없어 편안하고 평화롭다. 편안한 마음에 들여다보는 미술품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름이 난 유명 작가든, 취미 수준의 무명 작가든 한 인간의 영혼과 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한 이후 작가의 메시지를 곱씹는 맛도 예사 즐거움이 아니다.
거칠거나 부드러운, 강렬하거나 은은하거나, 직접적이거나 은유적인 얘기들을 분석하다 보면 작가와 대면(對面)하고 있는 착각이 든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엊그저께 만나 밤새 술이라도 나눈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때문에 작가가 이끄는 대로 숲, 산, 바다, 바람이나 이름 모를 공간과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마음과 몸을 작품에 맘껏 방사(放射)하고 나면 새로운 기운이 뻗쳐오고, 정돈된 느낌이 참 좋다.
최근 거실에 걸려 있던 그림을 바꿨다. 이전 그림은 인테리어업자가 공사를 끝내고 가면서 덜렁 걸어놓은 것이다. 작가가 누군지도, 도대체 무엇을 그려놓은 건지도 알 수가 없는 그림이었다. 때문에 눈길이 가지도, 걸려 있는 것조차 잊고 지날 때가 많았다.
새로 걸린 그림은 다르다. 화가라는 전문직업을 가진 지인의 작품인 데다, 내용까지 설명을 들은 터라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을 본다.
집에 머무는 동안 가장 흐뭇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림에 문외한인 아내도 마음에 드는지, ‘저건 저렇고, 이건 이렇고…’라며 얘기를 건넨다.
그림 한 점을 통해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서로의 감성(感性)을 찾아가는 대화가 무척 소중하고 즐겁기도 하다.
미술품은 이처럼 작가와 감상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媒介)인 것이다.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일반인들이 도대체 미술품은 어떻게 사고 구하는지에 대한 우려와 의문이 들었다. 옥션이나, 전시장, 또는 상업 갤러리에서 구입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 모두 동네 슈퍼마켓 들어가듯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매년 아트페어와 미술품경매시장 등이 열려 그나마 그림에 근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다. 하지만 통틀어 10일을 넘지 않는 데다, 이마저도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 정도만 아는 실정이다.
‘상설미술시장’ 오픈을 제안해 본다. 공간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제공하고, 운영은 미술단체가 맡는 식이다.
지역 미술인들은 아트페어와 미술품경매시장에 대한 반응, 또 지역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내 미술협회 회원은 2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대다수가 열악한 작업 여건에도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을 헤쳐나가려 각개(各個)로 몸부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상설미술시장’은 이들 작가들에게 탈출구가 되는 동시에, 일반인에게는 합리적인 미술품 구매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예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기사(記事)를 써서 알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일이 아니더라도 미술품을 마주하는 횟수가 늘었다.
첫 느낌은 편안함이다. 한정된 공간이나 평면을 채우고 있는 작품들은 주어진 크기에 충실할 뿐 결코 넘쳐나거나, 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살이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이나 탐욕이 없어 편안하고 평화롭다. 편안한 마음에 들여다보는 미술품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름이 난 유명 작가든, 취미 수준의 무명 작가든 한 인간의 영혼과 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한 이후 작가의 메시지를 곱씹는 맛도 예사 즐거움이 아니다.
거칠거나 부드러운, 강렬하거나 은은하거나, 직접적이거나 은유적인 얘기들을 분석하다 보면 작가와 대면(對面)하고 있는 착각이 든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엊그저께 만나 밤새 술이라도 나눈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때문에 작가가 이끄는 대로 숲, 산, 바다, 바람이나 이름 모를 공간과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마음과 몸을 작품에 맘껏 방사(放射)하고 나면 새로운 기운이 뻗쳐오고, 정돈된 느낌이 참 좋다.
최근 거실에 걸려 있던 그림을 바꿨다. 이전 그림은 인테리어업자가 공사를 끝내고 가면서 덜렁 걸어놓은 것이다. 작가가 누군지도, 도대체 무엇을 그려놓은 건지도 알 수가 없는 그림이었다. 때문에 눈길이 가지도, 걸려 있는 것조차 잊고 지날 때가 많았다.
새로 걸린 그림은 다르다. 화가라는 전문직업을 가진 지인의 작품인 데다, 내용까지 설명을 들은 터라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을 본다.
집에 머무는 동안 가장 흐뭇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림에 문외한인 아내도 마음에 드는지, ‘저건 저렇고, 이건 이렇고…’라며 얘기를 건넨다.
그림 한 점을 통해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서로의 감성(感性)을 찾아가는 대화가 무척 소중하고 즐겁기도 하다.
미술품은 이처럼 작가와 감상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媒介)인 것이다.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일반인들이 도대체 미술품은 어떻게 사고 구하는지에 대한 우려와 의문이 들었다. 옥션이나, 전시장, 또는 상업 갤러리에서 구입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 모두 동네 슈퍼마켓 들어가듯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매년 아트페어와 미술품경매시장 등이 열려 그나마 그림에 근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다. 하지만 통틀어 10일을 넘지 않는 데다, 이마저도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 정도만 아는 실정이다.
‘상설미술시장’ 오픈을 제안해 본다. 공간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제공하고, 운영은 미술단체가 맡는 식이다.
지역 미술인들은 아트페어와 미술품경매시장에 대한 반응, 또 지역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내 미술협회 회원은 2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대다수가 열악한 작업 여건에도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을 헤쳐나가려 각개(各個)로 몸부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상설미술시장’은 이들 작가들에게 탈출구가 되는 동시에, 일반인에게는 합리적인 미술품 구매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예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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