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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논란 휘말린 3·15미술대전 서각 대상작
'여민동락'첫 글자 '더불 여'서예가 "'흥할 흥'으로 읽혀…"외부자문가 "예술로 봐야"
3·15미술대전 서각 대상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마산지부(이하 마산미협)는 지난달 22일 제7회 전국공모 3·15미술대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양화, 민화, 서각, 서예한문 등 4개 분야에서 대상작이 선정됐다.
여기서 서각 분야 대상작인 박준호 씨의 '여민동락(與民同樂·임금이 백성과 함께 즐김)'의 한자가 문제가 됐다. '더불 여(與)' 자가 '흥할 흥(興)' 자로 읽힌다는 지적이 나온 것. 대상 작품은 심사를 거쳐 수상을 하고,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남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전시까지 마친 상태다.
마산미협은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 3일 서예분과, 서각분과 운영위원, 서각심사위원장, 3·15미술대전운영위원장,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초기 갑골문자에서는 서각 대상작처럼 쓰는 것이 통용됐다. 대상작은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청나라 말기 나진옥이 편집한 <갑골문 묵장필휴>를 근거로 밝혔다. 다른 지역 한학자에게도 감수 받았다고 했다.
3·15미술대전 서각 대상작 박준호 씨 '여민동락'. /마산미협 |
이에 대해 서예인들은 나진옥의 책이 오류가 있어 후대에서 이를 바로잡았다며 '명백한 오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원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은 "나진옥은 갑골문을 연구한 1세대 학자여서 오류가 많다. 바로 뒤이어 나온 학자들이 '흥'을 '여'로 잘못 해석했다며 이를 바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천정의 <자통>, 경단의 <문자원류천설>, 고전충주의 <조양자감>, 가등상현의 <한자의 기원>, 성남산인의 <금문자형자전>, 곽말약의 <상주고문자유편> 등의 책에서 나진옥의 해석 오류를 지적하고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남 서예인도 "대상 작품의 글자는 틀렸다. 문자는 역사적으로 변천이 많다. 하지만 맞고 틀리는 것은 분명하다. '더불 여'는 갑골문에 보이지 않는다. 청동기 시대인 금문에서부터 보인다. 오자가 명백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산미협이 외부 감수를 의뢰했던 당사자인 전종구 문자조형연구소장은 전통 서예로 보면 글자는 틀렸지만, 서각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전 소장은 "전통 서예 입장에서는 오자가 분명하다. 그런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자전(글자 사전) 상 남아있는 근거를 보면, '흥'과 '여'를 같이 쓴 때가 있다. 현 시대 잣대로 보면 오자지만, 과거 그 시대의 잣대로 보면 오자로 보기가 애매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작가는 자전에 문자가 있어서 참고했을 것이다. 서각을 서예가 아니라 입체적인 공예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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