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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문화공간 '흑백' 유경아 대표 별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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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오랫동안 진해지역 문화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흑백다방’의 지킴이 유경아(사진) 피아니스트가 2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4세.


피아니스트 유경아

고인은 진해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고 유택렬(1924~1999년)의 둘째 딸로, 유 화백이 1955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하던 흑백의 간판을 고집스레 지켜왔다.

함경도 북청 출신의 유 화백이 6·25전쟁 때 거제, 부산 등을 거쳐 진해에 정착한 후 친구로부터 다방을 인수하고 흑백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흑백은 음악 감상실이자 연주회장, 화랑이자 소극장 역할을 한 예술인들의 산실이었다. 이중섭과 장욱진, 유치환, 서정주 등 스쳐간 예술인도 숱하다. 김춘수 시인은 이곳에서 버스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고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를 썼고, 소설가 김탁환이 첫 작품을 탈고한 후 기쁨을 나눈 공간이기도 하다.

진해 문화사랑방 역할을 했던 흑백다방./경남신문 DB/
진해 문화사랑방 역할을 했던 흑백다방./경남신문 DB/

고인은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하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흑백이 눈에 밟혀서였다. 생전에 고인은 “진해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고 자란 이곳이 포기가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집안에서는 엄마와 아버지 시대의 흑백에 네가 왜 그렇게 매달리냐고 말했지만요”라고 말했다.

실내악과 연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목적 소극장을 만들기로 한 고인은 2000년 3월 ‘늘근 도둑 이야기’ 연극 공연을 시작으로 7월엔 베토벤 3대 소나타로 자신의 독주회를 열었다.

흑백을 찾는 이들이 고맙다며 일일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등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성품의 그는 흑백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순탄치 않았다. 행정 절차상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흑백다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말에 지역 예술가와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2011년 12월 ‘시민문화공간 흑백’이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지켜냈다. 지난해 1월엔 유택렬미술관을 개관하며 1층 임대공간과 시너지 효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유 화백 작품을 전시하고 살롱콘서트를 여는 등 운영에 박차를 가했지만 고인의 건강 악화 등 이유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올 초 고인은 1층 다방을 철수하고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후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미술 전시와 연주, 연극, 시낭송 등 문화 행사를 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8일엔 유택렬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연주회를 열기도 했고, 지난해 유 화백 타계 20주년 콘서트를 열지 못해 올해 9월에 꼭 성대하게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등 흑백과 아버지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흑백 운영위원이기도 한 이월춘 시인은 “암투병으로 살이 너무 빠진 탓에 볼 때마다 눈물이 나 최근 자주 못 만났는데 죄를 지은 것 같다”며 “진해문화의 등대인 흑백다방과 유택렬미술관을 꾸려오던 고인이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진해여고와 한양대학교 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했으며, 문화공간 흑백의 운영과 유택렬미술관 대표를 맡아왔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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